박제가 된 호기심
by uki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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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전

00시부터 02시까지 단전이란다.
잠은 안오고. 단수와 달리 단전시에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이 도시에는
어릴 적 경험했던 칠흙같은 밤은 오지 않았다.

2년 동안 살면서 그 존재도 몰랐던 비상등이 켜지고,
이웃빌딩에서 새어나오는 박약한 불빛들,
전혀 쓸모가 없어보였던 사은품 독서등,
충전지로 버티는 노트북 화면, 있으나 마나한 향초들의 불빛까지.
덤으로 노트북에 저장된 노래 플레이시키고.
이 정도면 책은 읽을 수 있겠다.

느슨하게 부채질하며
<드니즈 르네와의 대화>를 펼쳐 들었다.
2차대전 프랑스에 대한 이야기에 어릴적 등화관제를 떠올렸다.
가끔 이렇게 어둠속에 있는 것도 괜찮구나.
아마도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던 와중에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의 마음이 되었던 거 같다.

냉동고 음식들 걱정하다 스스르 졸면서.
다음 여행의 목표지는 정해졌다.
L o n d o n, 그리고,
M o n p e l l i e r, L a n g u e d o c, F r a n c e
by ukieo | 2009/08/25 12:38 | 캐비넷 - 오늘 | 트랙백 | 덧글(0)
수 국
드디어 고이 모셔두었던
2008 E v i a n (Christian Lacroix Edition)을 개봉하다.
이 하얀 수국을 위해서.

3일 동안 열심히 시원한 물로 갈아줬건만
아무래도 날이 더운지 
오늘은 쭈글쭈글 이내 고개를 떨구다.
여름엔 꽃을 가져다 놓기가 두렵다.
사실 요즘은 튼튼하기만 했던 화분들도
맥을 못추는 거 같다.

그 래 도
아 름 다 웠 던 한 때. 

8월 1일, 옥 사 나 블 루 밍 에 서  
by ukieo | 2009/08/03 23:25 | 캐비넷 - 꽃집에서 | 트랙백 | 덧글(2)
D a h l i a
토 요 일 오 후.
자외선 차단제 바르는 것도 깜박하고
집을 나서니, 어찌나 땡볕인지
얼굴 위로 기미가 스물스물 기어오르는 게
느껴졌다.

그래도 이 녀석 골라 집으로 들고 오니
그 발걸음이 헛된 건 아니었나 보다. 흠흠.
꽃말은 '열정, 불안, 변덕', 묘한 조합이다.

8월 1일, 옥 사 나 블 루 밍 에 서
by ukieo | 2009/08/03 23:14 | 캐비넷 - 꽃집에서 | 트랙백 | 덧글(0)
석 모 초 와 아 스 틸 베
1
꽃집을 들어가고 나서는
그 긴 시간 동안, 딱 그만큼의 소나기.
비오는 줄도 모르고, 천연덕스레
막 부슬부슬 파마를 해버린 듯한
석모초와 아스틸베를 데리고 오다.

2
바이올렛 석모초와 자주색 아스틸베가 경쟁한다.
이상적인 조화를 다투며,
더 할 나위 없이 어울려주시는 L S A 화병.

그러나 목표는 시들해질 때
허리를 싹뚝 잘라내 앉은뱅이처럼
산뜻하게 어레인지 해주기.

3
간만에 집도 깨끗해지고
드문드문 자연의 색도 공급해주고,
좋 다.

그나저나 저 놈의 책들은 언제 팔까?
서재와 침실은 분리해야한다는 말에 뜨끔,
궁 리 중 이 다.

7월 6일, 옥 사 나 블 루 밍 에 서
by ukieo | 2009/07/06 20:45 | 캐비넷 - 꽃집에서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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