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가 된 호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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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타 요시미츠, <소레카라>
모리타 요시미츠, <소레카라 それから>(1985), 마쓰다 유사쿠, 후지타니 미와코 주연, 130 min

1
아직도 스크린에 묻어나는
백합향이 진동하는 듯하다.

양풍(洋風)과 화풍(和風)을 오가는
세련된 취향의 장식적 소품들 사이로
부유하는 주인공 다이스케의 번민은
롱테이크의 구사에 기대어
조각처럼 얼어붙은 작위적인 제스처로
내면의 풍경, 그 소실점을 이룬다.

삼각관계의 팽팽한 긴장감은
연극무대세트 같은 실내장면을
지긋이 내리누른다.

이름하여 동명소설 나쓰메 소세키의 <그 후>(1909)를
원작으로 한 영화 <소레카라>이다.

2
아직도 읽어야 할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 남겨있다는 건
행운이다.

감기로 둔탁해진 머리에 온갖 걱정 붙들어매고
어제는 소설 <그 후>를 서둘러 구입하곤
내리 앉아 읽었다.

영화를 두 번 보는 듯했다.
그만큼 원작소설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었다는 반증이리라.
물론 나쓰메 소세키의 담백한 문체를 미끄러져가는(차연)
모리타 요시미츠의 시각적 자극의 과잉은 별도로 하고.
(때마침 가을비, 빗길에 미끄러지는 차바퀴가 남기는 여운과 딱이었다)

3

다이스케가 히라오카에게 묻는다.
"그 후 어떻게 지냈나?"

이 영화와 소설의 시작이기도 하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 관객이 등장인물들에게 던지는
마지막 질문이기도 하다.

에로물을 연상시키는 언캐니한 인공조명의 야사시함 속에서
불현듯 김광균의 시 <와사등>을 떠올렸다.

"차단 한 등불이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내 호올로 어디로 가라는 슬픈 신호냐."

그리고 소설 속 다이스케가 말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다해도 평균적인 도시인은 모두
게이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 p. 203, 나쓰메 소세키, <그 후>


다이스케는 아버지 방 액자에 써진 <중용>의 한 문구,
"誠者天之道也(참됨은 하늘의 길)"에 덧붙인다.
"그러나 인간의 길은 아니다."
이것이 영화의 결말이다.

한편 다이스케는 미치요와의 일로
아버지와 의절하고 일자리를 찾아 떠난다.
이것이 소설의 결말이다.

재차, "그 후 어떻게 지냈나?"
아마도 다이스케는 여전히 떠돌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고등유민(高等遊民)'의 삶이자 생리이므로.
결국은 과잉된 자의식, 그 근대성의 축복과 저주 사이를.
 
9월 23일에,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보다.
9월 27일에, 읽다.
by ukieo | 2009/09/28 17:19 | 캐비넷 - 몽타주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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