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가 된 호기심
by uki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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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 01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Gabriel Garcia Marquez,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 Vivir para Contarla>(2002), 조구호 역, 민음사, 2007

1
보르헤스와 마르케스를 헷갈려 할만큼
무식한 시기도 있었다.
글을 읽어보지 않고서야,
외국 이름들이란 늘 문맥도 없이 튀어나오는
생경한 단어들이지 않는가?

2
"뭐 재미있는 거 없냐?"
비단 그(anyone)뿐만이 아니었다.
이따금씩 만나는 자리에서 친구들이 대뜸 물어제끼는 질문들 중 하나다.
기억이 가물한 어릴 적이었다면, '오늘 뭐하면서 놀까?'라는 말이었겠지만,
이제는, '내가 뒤로 넘어갈 만큼 나를 웃겨봐'라는,
친구들의 무리한 요구임을, 나는 안다. 이제는.
그리고는 아이러니하게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1927-)의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를 집어들었다.

3
"삶은 한 사람이 살았던 것 그 자체가 아니라
현재 그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며,
그 삶을 얘기하기 위해 어떻게 기억하느냐 하는 것이다."
- 본문 중, p.7

아름다운 이야기,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삶을 아름답고도 재미있게 살았다는 말일게다.

마르케스의 빅북 Big Book이라고나 할까,
그의 소설 <백년동안의 고독>이 클로즈업되는,
이 713페이지의 자서전을 읽고자 한다면,
책 두께 만큼 두꺼운 방석(혹은 그 대용)을 의자에 깔기만 하면 된다.
(아니 그렇다면, 책 읽는 각이 안 나올 것이다)
그리고 섣부른 인생의 교훈을 기대하지 않으면 된다.
소설만큼의 압축성이 떨어질 뿐,
이 '자서전'의 매력은 올곧이 '소설'의 매력 그것이다.
한마디로 '자서전'이라는 이름이라 빙자한,
소설의 허구, 그 매혹에 관심이 없다면
이 책을 펴들 생각도 하지 말라는 말이다.

4
요즘은 림스키 코르샤코프(Nikolai Rimsky-Korsakov, 1844-1908)의
"세헤라자데 Scheherazade"에 푸욱 빠져있다.
아마도 세헤라자데만큼이나,
마르케스 또한, 단언코,
자신의 이야기로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사람임에 분명하다.
의도치 않게,
내게 주어지는 영화들의 시퀀스들처럼
이 책은 너무도 술술 읽혀, 어느 덧 그 반을 다 읽어버렸다.
머리맡에 놓여진 자리께(?)처럼 두고두고 볼려고 했는데,
그의 소설과 다름 없는 그 담담한 문체의 '자서전'이
마냥 좋았던 게다.

p.s.1> 그래도 명색의 자서전인데,
읽으면서 생각나는 사람들 이야기는 그 다음회로 . . .

p.s.2> 역시 오봉팽은 실망이었다.
개업한 날 공짜로 나눠준 쿠키를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쿠키를 담은 종이봉투가
삼겹살 기름을 닦아낸 마냥 푸욱 쩔은 걸 보고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맘 먹었었다.
간만에 들렀는데, 플라스틱 컵에 아이스 커피가 왠 말이냐?
난 이런 무심함이 싫다.

10월 11일부터, 읽다.
by ukieo | 2007/10/13 01:41 | 캐비넷 - 양피지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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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hwui at 2007/10/13 08:50
저 책, 참 매혹적이군..
Commented by ukieo at 2007/10/13 11:05
<백년동안의 고독>만큼이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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