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가 된 호기심
by uki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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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정로 산책

충정로는 내가 종로학원에서 재수했던 1995년도에 머물렀던 곳이다
5월 6일에는 카메라를 들고 이 일대를 전전하다

서울 토박이도 아닌 내가
유독 서울이라는 도시의 사라지는 비리한 골목길들에 집착하는 이유를 
비로소 깨닫게 됐다

학원이나 학교와 가깝다는 실리적 이유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집을 구할 때는 언제나 그나마 가격이 저렴한 
재개발지역 동네를 택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충정로의 골목들은 
내가 살았던 사당동의 골목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공덕동의 골목들을 상기시켰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그 동네의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골목길들은 그 자체로
이질적인 재료들을 병치해 놓은 콜라주이다
그 재료의 이질성은 비단 물질적인 외관에 머물지 않고,
70년대 이후로 한 때 유행했던 다양한 건축의 자재들의
시간성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놓으면서 
우리의 멜랑콜리를 자극한다
95년도 당시 내가 살았던 집은 
위 사진의 골목길 끝자락에 있는 '성일하숙'이었다
아직도 그때처럼 한옥 그대로 남아있지만
나무 대문 대신 철문으로 바뀌어 있었다
(가끔 늦게 귀가할 때는 하숙생들끼리 나무 대문의 빗장을 
걸어두지 않는 것이 나름의 배려였다) 
난 하숙집을 처음 시작하신 아줌마의 첫 하숙생이었고
아직도 그녀가 계속 운영하시는 듯했다
(아마도 '성일'이 그녀의 아들 이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푯말에 있는 전화번호 '362-8764' 또한 매우 낯익다)
그러나 벨을 누르지는 못했다.

다시 이사를 가야하는 시점에서
충정로 일대 산책은 여러모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서울, 서울에 사는 나, 나의 서울 기억, 내가 서울에 바라는 것, 그리고 사람들
 

by ukieo | 2007/05/17 17:15 | 캐비넷 - 오늘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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