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가 된 호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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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셀 투르니에, <외면일기>

                                미셀 투르니에 Michel Tournier, <외면일기>, 김화영 역, 2006

1
지난 달 책상을 정리하니 일기장이 쏟아져 나왔다
10년 분량의 한 상자.
물론 다시 읽는 일은 고역이다
스스로의 감정에 거리두는 연습을 표방했다할지라도
그것은 배출구로서의 일기라는 유혹에 쉽게 넘어가기 마련이다
아주, 간혹, 내자신조차도 낯선
빛나는 일상의 통찰을 발견할 때도 있지만,
역시, 아주, 간혹이다.

2
투르니에의 <외면일기 Journal Extime>는
내밀한 혹은 사적인 글쓰기에 대한
좋은 표본이 된다.
제목에서 '외면 Extime'은
'친밀한, 내밀한'을 의미하는 'intime'에 대응하여
투르니에 자신이 만든 단어이다.
역자 김화영씨의 지적대로
이 아저씨, 이분법 되게 좋아한다.
(ex. 빵과 포도주로 이루어지는 성체배령 -
살에 대한 '배고픔'과 애정에 대한 '목마름'의 대비.)
그러나 경박하지 않다.
발랄하면서도 세계에 대한 진지하고도 차분한 그의 시선들.
버섯 전문가였던 존 케이지가 떠오른다.

최악의 경우 '인용'으로 도배된
일기장이 될지라도
밖으로 시선을 돌려 나의 낯뜨거운 감정들에
거리두기를 할 수 있다면 하고 생각한다.

3
즐거운 하루를 위해
투르니에가 전해주는 유쾌한 이야기 몇 개를 소개(축약)한다

매년 1월 초에는 호이젠슈탐(프랑크푸르트 근처)의
어느 중학교 체육관에서 기이한 축제가 열린다.
루프탄자 항공사 여객들이 찾아가지 않은 분실물들을 경매하는 것이다.
그 가방의 무게만이 공개된다.
즉, 내용물은 구입 이전에 확인할 수 없는 것이다.

모로코 남부 어느 지방의 여성들은
대부분 꼼짝 않고 집안에 틀어박혀 산다.
집앞에 널어놓은 빨래의 색깔과 종류로
그녀들은 서로 의사소통한다.
물론 남자들은 그 비밀스런 코드를 알지 못한다.

어느 날 사진작가가 찾아왔는데 젊은 여성을 동반했다.
그녀는 오는 도중에 그 사진작가에게 청혼을 받았다고 말했다.
나(투르니에)는 즉시 증인이 되어주겠다고 했고
곧바로 결혼식이 거행되었다.
정말이지 하나도 어려울 게 없는 일이다.

3.1
그리고 책읽기와 관련하여 . . .

문학에서 아마추어와 프로를 구분하는 법.
프로는 자신이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책의
탁월한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20061015-6 읽음
by ukieo | 2006/10/19 11:09 | 캐비넷 - 양피지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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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동글아빠 at 2006/10/28 14:32
쭈욱 읽다가, 이쯤에서 덧글 하나.
미셀 뚜르니에, 참 좋아했었던 작가인데 말이지....

2주간의 금주를 풀고, 맥주를 몇 잔 마셨는데,
왜이리 미친놈의 equation들이 눈앞에 아른거리는지...

사는 게 참 그렇다.....
Commented by ukieo at 2006/10/29 16:34
나도 금주가 필요해.
'레디메이드 인생'이라 술마시면 떠오르는 것들은
지긋지긋한 책들이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할밖에.

너의 홈피에 들렀다가 '사랑의 equation'을 보았네.
골똘히 생각하다 웃으면서 서둘러 나왔다.

그리고 지호는 무척 예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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