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가 된 호기심
by uki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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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셀 우엘벡, <지도와 영토>
01
영 마뜩치 않은 데도 
트렌디한 것들을 섭렵해야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면 그건 병이다. 다른 말로는 강박. 
그렇게 읽게 된 미셸 우엘벡.

딱 한 달 전, 6월 8일에 400여 페이지를 내리 읽고
책을 덮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소설 속 등장인물인) 우엘벡을 누가 죽였는지,
궁금하지 않았던 게다. 제드가 우엘벡을 죽였다해도,
쓰쿠루가 시로를 죽였다해도(무라카미 하루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

죽음을 다루면서 현대 예술 혹은 문화를 언급하려는 데
미셸 우엘벡의 명민함이 돋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02
제드는 난생처음 모더니티는 어쩌면 착오가 아닐까 자문했다.
하지만 순전히 레토릭의 문제였다.
이제 모더니티는 서유럽에서 끝난 지 오래였다. 
p. 415

1996년 대학 입학과 더불어 시작된 현대성 세미나
(학생운동의 막바지였지만 여전히 이질적이었던).
그 후 10년 동안 미술을 공부하며 멤돌았던 질문,
현대성이란 무엇인가(세미나 입문서 제목과 동일한).

내 안에서 이런 류의 질문이 종결될 시기가 왔구나,
비로소 그러한 결론으로 만감이 교차하는 471번 버스 간.
그런데 모더니즘의 시대가 끝났다면 또 모를까,
모더니티라는 것이 사라질 성질의 것일까? 접자!
우엘벡의 표현대로, "순전히 레토릭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6월 8일, 그리고 7월 8일에, 읽다. 

+멀리서 보는 미슐랭 지도는 아름다울 수 있어도
들여다본(줌인) 영역표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
제목이 주는 결론이 전부라면.

++현대사회 혹은 문화의 흐름을 읽어내는 데는 
단연 으뜸이다. 그런 점에서 하루키는 참으로
아날로그적이다/ 한 때에 꽂혀있다(플러그인). 
문체는 참으로 동시대적이지만 말이다.
취향상 우엘벡은 감히 추천하지 않는다. 
나를 정리하며 그 나름의 의미를 찾았지만 말이다.
by ukieo | 2013/07/09 04:22 | 캐비넷 - 양피지 | 트랙백 | 덧글(3)
무라카미 하루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그 때 했어야 할 말이 떠오른 것은 
나리타행 직항편을 타고 좌석벨트를 맨 다음이었다.
적절한 말은 왠지 항상 뒤늦게 찾아온다.
p. 386

또, 읽는구나.
이제 내게 하루키는 관성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지난 날들을 곱씹게 되는 나이듦이다. 
그렇게 보통명사화되었다.

모든 것이 시간의 흐름에 휩쓸려 사라져 버리지는 않았어. (중략)
그런 마음이 그냥 어딘가로 허망하게 사라져 버리지는 않아. 
p. 436-7

새벽까지 줄기차게 내리는 빗줄기에도
들뜬 열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제야 찬기운이 감돈다.
30대에 20대를 복기하는 다자키 쓰쿠루처럼.

내가 복기할 때까지,
하루키가 복기할 때까지,
영원회귀하는,
매순간의 생성 혹은 재생에의 의지가 있는 한
하루키는 내게 지속될 관성인 것이다.

그리고 그 동력/공통분모는 망각이다.

하루키가 초심이라는 것을 찾으려는가 보군.
그래서 반가웠고 구태의연했고,
'뒤늦게'라도 쓸만한 '적절한' 말들을 
제공해줘서 감사했다. 

7월 5일-6일에, 읽다.
by ukieo | 2013/07/09 03:04 | 캐비넷 - 양피지 | 트랙백 | 덧글(0)
배재학당, 민들레
"민들레 사이로 미풍이 보인다." 

5월말, 여름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뙤악볕이 반가울 리 만무하지만,
민들레가 한 주먹이나 되는 크기의 머리를
저렇게 살랑대며 햇볕에 찬란히 부서질 때,
더위를 탓하는 조급함은 잠시 접어두자.

한 주먹이나 되는 크기의 머리를 가질 만큼
자란 민들레와 고색창연한 배재학당이
그 날, 그 시각에, 그렇게 어울렸다면,

그래서 나는 지금도 그 바람의 소리를 
보고 있는 것이다. 


by ukieo | 2013/06/03 02:39 | 캐비넷 - 오늘 | 트랙백 | 덧글(0)
조팝꽃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 <순간의 꽃>(2001, 문학동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파트 입구에.
언제 피었지?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다.

중고서점에서 간만에 구입한 시집을 펼쳐들었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히면 읽고 아니면 말고,
나는 시집을 그렇게 읽는다. 
제목은 "눈먼 나비"

11행에서 눈이 멈췄다. 
"길 양편 하얀 조팝꽃,"
아, 조팝나무였구나.

시집의 제목이자, 시인 황동규의 말처럼,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
그리고 오늘의 작은 우연.

아이폰으로 찍다.

사담> 아이폰 앱 SoundHound처럼, 
사진을 올리면 식물의 이름이나 색상의 이름을 
아이덴티파이해주는 앱은 없을까? 정말.
by ukieo | 2013/04/18 21:21 | 캐비넷 - 오늘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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