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가 된 호기심
by uki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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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 24-25 aPR
01
화창한 봄날에
먼지 풀풀 날리는 시골길과 국도를 달리다 보면
생각나는 것이 하나 있다.
첫사랑도, 옛사랑도, 묵은 미련도, 아니다.
바로 커피다.

고창군내에서는 원두커피를 눈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음, 지나가던 길에 '고창 컨트리 클럽'이라는 표지판을 보고는,
저기라도 가자, 라고 농담을 던졌다.
회원이어야 하지 않을까, 라며 ㅂㅁ가 답했다.

그만큼 카페인이 고팠다.

02
그럼, 정읍으로 갈까?

얼마전 잠시 그곳에 머물렀던 미쓰리가
보내준 커피가 생각났다. 에티오피아 아리차.
서울에서도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그 커피를
보내준 정읍이라면, 그 까페에 가야하는 것이다.

모두 찬성했다.

03
카페인에 굶주린지라 커피가 짜릿했다.
그러나 핵심은 뒤늦게 오신 까페 사장님의
버라이어티한 커피 시음회였다.
그날은 톡톡히 미쓰리 친분의 덕을 본 셈이다.

에스프레소 기계와 드립 커피
드립 커피도 진하게와 약하게
같은 커피도 바로 음미하기와 한참후 음미하기
스트레이트 커피와 카푸치노.

직접 비교하게 해주셨다. 꾸벅.

그 상세한 설명에 넋을 잃고, 커피맛에 넋을 잃고.
그 중 백미는 카푸치노였다고,
정읍을 떠난 뒤에도 세 명은 입을 모아 말했다.

묵직한 거품에 고스란히 감기는 커피의 향이란, 참으로.
여기까지 정읍의 한 까페 프로방스에 대한 이야기였다.

04
언저리에 있는 시기동 성당.
도대체 나의 어린시절도 아닌데
그 고색창연함이 발산하는 편안함이란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성당의 내부는 더 훌륭했지만, 차마 찍지는 못했다.

내친 김에 군산 시내도 살폿 돌아볼 예정이었다.
날이 저물고 있어 오래 머물 수는 없다 해도,
일제시대의 잔재가 남아있는 건축물이 궁금했기에.

04
그러나, 타이어 펑크!
보험회사 도우미를 기다리며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고속도로에서의 펑크는 생각만해도 아찔하니까.
군산은 다음 기회로.

아직도 정읍. 가로수길이 고왔다.
펑크난 지점 건너편의 허름한 집 한채가
김정희의 그림 <세한도 歲寒圖>를 연상케 했다.
05
타이어를 고치느라 결국 군산에는 들르지 못했다.
그래도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라며 정읍을 떠나면서
아쉽기만 했다. 그러나
서울의 톨게이트에 도착하니 안도감의 한숨.
홈그라운드가 주는 방만한 위안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이런 1박2일이라면 언제나 콜~

부기>
01
언젠가 누군가 커피의 향과 맛을 담는
디지털 소프트웨어도 만들어내겠지?
처음엔 좀 유난이다, 싶어도 말이다.

02
김정희의 <세한도>하면,
바로 영화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김태식, 2006)가 떠오르긴 하지만
그건 곁가지 얘기고.

저 사진을 찍으며,
김정희의 <세한도>가 얼마나 이념적(idealistic)인지
다시금 실감하다.

아무리 시대차를 감안해서
19세기 중반 제주도에서 그렸다해도,
<세한도>는 본질적으로 제주도 풍경과는 거리가 있다.

이상적 산수화의 또 다른 매력.
by ukieo | 2010/05/05 16:46 | 캐비넷 - 유랑 | 트랙백 | 덧글(2)
고창 청보리밭, 24-25 aPR
01
여기가 어딘고 하니, 고창의 청보리밭이다.
이에 대한 정보 전무했으나
선운사 언저리를 돌다가 푯말을 우연히 발견, 고고씽~
역시나 자가용의 기동력이란! 무면허는 언제나 감탄한다.
02
낮은 구릉에 보리밭이 펼쳐진다.
들판을 휘감는 바람을 맞으며
사잇길을 뚜벅뚜벅 걸을 뿐인데도, 좋다.

보리밭 일부를 관광지로 개발한 것도 얼마 안 된 듯,
식당이나 가게가 북적이지 않는 단촐한 주변도, 좋다.

보리밭이 누렇게 물들 가을풍경도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03
청보리밭을 뒤로 하고, 북쪽으로 가던 중
구시포라는 작은 해변에서 조개구이를 먹다.
사진처럼 구울 때까지는 딱 좋았는데,
양념장에 조개들을 빠트려 익히는 방식은 내겐 영 아니었다.

이렇게 국도 22번과 19번을 누비며, 서서히 고창을 빠져나오다.
by ukieo | 2010/05/04 21:14 | 캐비넷 - 유랑 | 트랙백 | 덧글(2)
선운사, 24 -25 aPR
01
ㅂㅁ와 ㅎㅈ와 선운사에 다녀오다.

관례상의 풍천장어.
토막난 관절인형처럼 밤새 내장에서 꿈틀대다.
장어먹고 용트림한 전날밤 너머로,
개중 4월 다운 화창한 봄날에 흥겹다.

02
연등이 부처님오신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두 번째 방문인데, 이번에도 만개한 동백은 글렀다.
역시나 선운사 동백은 '춘백 春栢'이구나.

03

동백은 너무 이르고, 벚꽃은 너무 늦고,
아무래도 벚꽃은 피고 지는 과정보다는
만개한 그 찰나가 제 맛인데.
올해도 지는 벚꽃의 언저리만 보게 된다.

여하튼
서울에 올라오니 그 봄날이 거짓말만 같더라.

부기>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도중에 김태균의 연타석 홈런을 보다.
         이 꾸물거리는 5월 오후에 그리 시원할 수가 있을까?
by ukieo | 2010/05/03 18:13 | 캐비넷 - 유랑 | 트랙백 | 덧글(0)
조카 지환이와, 2010년 4월 17일
아이들은 뭘해도 예쁘다는 사람도 있지만,
글쎄다. 울거나 떼 쓰거나 짜증을 낼 때면 역시나 난감.
그래도 내가 아이들에게 제일로 치는 건 . . .
막상 말하려니 너무 많다.

01. 앞뒤 안가리고 뛰는 것 :
물론 부모들은 이래서 종종 피가 마르겠지만서도,
나는 그들의 '돌진'이 좋다.
02. 불러도 대답 안하는, 개의치 않음 :
엄밀히 말하자면 부러움인데,
그들이 저래도 섭섭치 않은 저 '쏘 쿨함'이 좋다.
03. 작은 장난감을 꼭 쥔 손 :
중요한 하나, 놓치지 않는 그 간결한 마음이 좋다.

+ 우리집 닮은 구석 별로 없는 듯 해도,
저 장난해, 말어, 하는 심술 가득한 미소에 슬슬 녹는다.
++ 같은 초록을 입었지만 옆에 있는 저 형은 전혀 모르는 사람.
보아하니 꽤 성격 있던데, 굴하지 않는다.
니가 뭐라고 하시든, 여긴 내 자리! W o w!
04. 위의 것들과 다르지 않지만, 저 '몰두' :
확고한 자기 세계, 양보할 수 없는 자기 세계가 좋다.

+ 역시나 토마스인가?
백화점에 진열된 저 철로에서 눈을 못 떼니
돈 못 버는 고모지만, 사주지, 뭐, 하다가,
웁스! 가격 확인하고는 바로 입 닥치셨다.

그래서 육아는 힘들다고 했던가? -)-;;
여하튼 고모도(아이들)의 에네르기에 전이된 즐거운 하루였다.
by ukieo | 2010/04/21 22:39 | 캐비넷 - 오늘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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